엠블럼은 자동차의 힘

글/한양대학교 광고전공 교수 박현길
자동차에 있어서 엠블럼(emblem)은 브랜드인지 혹은 상표인지 다소 헷갈려 하는 일반인들이 꽤나 있지만, 본래의 뜻은 문장(紋章)을 뜻한다. 학교나 스포츠 클럽의 심벌마크를 자수로 만든 것이나 유니폼 등의 가슴에 장식도 하며, 국가나 특정 단체를 나타내는 상징물로 이해하면 되는데, 오늘날 자동차 브랜드의 상징물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자동차 엠블럼은 주로 중세 유럽의 특정 가문을 나타내던 문장들을 활용해오다 현대에 이르러 그 중요성이 대단히 커졌다. 그 이유는 자동차 브랜드의 상징물로서 고객이 기억하는 누적된 효과와 함께 마케팅전략으로서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동차 회사들은 대대로 내려오는 엠블럼 변천사를 상징적 가치로 대단히 중요시한다.

이러한 의미의 엠블럼은 1769년 제임스 와트가 인류 최초로 증기 기관(engine)을 발명하고 증기동력 방법으로 특허를 취득한 뒤 매튜 볼턴(Matthew Boulton)에 의해 사업화되면서 자동차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시기에는 주로 말(馬)의 상징물이 많았다.

오늘날 말의 힘이 아닌 엔진 시대가 열렸음에도 자동차회사는 스테이션 왜건(Wagon), 코치(Coach), 카브리오(Cabrio) 등 마차에 사용된 단어를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 이와 동일한 이유로 일부 자동차회사는 자사의 상징물로 말(馬)을 채택했다. 예를 들어 '스쿠데리아 페라리(scuderia Ferrari)'는 '페라리 집단'을 의미하는데, '스쿠데리아'는 원래 외양간을 뜻한다. 또한 포르쉐의 말(馬)은 본거지가 '슈투텐가르텐(Stutengarten)'인데, '말이 뛰어오는 곳'을 뜻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말 네 마리가 이끄는 꽃마차는 마차 시대에 '페이톤(Phaeton)'인데 현재 폭스바겐 페이톤 차명의 유래가 되기도 한다. 참고로 1976년 국내 최초의 독자 모델로 등장한 현대차 포니(Pony) 역시 잘 알려진 대로 '조랑말'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왜 이리 말에 대한 애정을 갖는 것일까? 마차 혹은 그 시대에 대한 향수? 아마도 말의 힘을 통한 기관의 성능 혹은 기능을 표현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 라고 생각을 해볼 수도 있지만, 유럽 내 전통 가문의 휘장과 문장의 역사성을 고려한 싱징적 결과물이 바로 오늘날 자동차에 부착되고 있는 엠블럼이다.

이 엠블럼은 시각적으로도 상당한 기억의 누적효과를 나타내는 대단한 힘을 가진 자동차 브랜드이기도 하면서 해당 자동차 모델의 대표성을 부여함으로써 자동차 경쟁력을 높여주는 시각적 표현 요소 중 으뜸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의 자동차 5개사의 엠블럼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현대자동차의 타원형 엠블럼은 1990년 엘란트라 출시와 함께 최초로 적용되었다. 현대의 영문 표기 ‘HYUNDAI’에서 첫 글자 ‘H’자를 비스듬히 처리해서 자동차 기업으로서의 속도감을 부각하고 미래에 대한 도전과 전진을 표현한 디자인이다. 이를 자세히 보면 두 사람이 서로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현대차는 이처럼 90년대에 적용된 새 엠블럼을 비롯해 상징적인 의미를 담은 결과물들을 신차에 적용해 왔다. 특히, 라틴어로 ‘천마(天馬)’를 뜻하는 에쿠스에서 말의 날개 모양을 형상화한 후드탑 엠블럼으로 국내 최고급 세단의 위엄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이 엠블럼은 특정 자동차 모델만의 엠블럼을 별도 제작해 적용하기는 처음이었을 정도로 다른 차량과의 차별성을 부여하고 고급스러움도 한층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었다.



기아 자동차의 경우 지구를 형상화한 테두리 원 속에 브랜드 이름인 기아(KIA)를 그대로 새겨넣어 심플하면서도 직관적인 느낌을 부여한다. 엠블렘에 적용된 붉은색은 태양의 정열을 상징하며, 진취적인 도약 의지도 표현하고 있다. 기아는 이 엠블럼을 자사 전 차량에 동일하게 적용해 사용해 왔으나, 2017년 상반기에 출시된 신차 ‘스팅어’에서부터 현대 에쿠스 및 제네시스처럼 독자 엠블럼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스팅어 엠블럼 전략에는 선택된 소수를 위한 특별한 차라는 의미를 담은 ‘Exclusive’, 정교하고 섬세하게 구현된 상품성과 서비스를 의미하는 ‘Exquisite’, 끊임없이 진화하고 발전한다는 의미의 ‘Evolutionary’ 등 3가지 속성이 구체화돼 ‘Engineered by Excellence(탁월함으로 구현된 차)’라는 스팅어만의 고급화를 담았다. 여기서 기아차의 디자인, 성능, 품질, 주행감성 등 자동차의 본질적 가치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소비자들을 위해 기존의 틀을 깨는 새로운 기준의 고급차 라인업을 선보이겠다는 전략을 엿볼 수가 있다. 특히 기아자동차는 피터 슈라이더 디자인 총괄사장의 2006년 영입 이후로 자동차 디자인으로서는 최고를 자부하는 매출실적과 2017년 기아자동차의 미래 역시 디자인에 걸 정도로 자부심이 대단하다.



한국지엠의 경우 기존의 ‘지엠대우' 회사명이 ‘한국지엠'으로 변경되었고, 이와 더불어 2014년도에 이르러 자사 차량에 황금 십자가 모양의 ‘쉐보레' 엠블럼을 적용하게 되었다. 금색의 단순한 십자 모양의 쉐보레 엠블럼은 '나비넥타이'를 상징화한 것으로, 창업자인 루이 쉐보레가 호텔 벽지를 보다가 직접 떠올린 것이라는 일화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한국지엠은 쉐보레 브랜드를 도입하면서 기존 고객들이 보유한 차량의 엠블럼을 바꿔주는 전략을 펼쳤었는데, 이유는 분명했었다. 같은 차량일지라도 기존의 ‘지엠대우'보다 ‘쉐보레' 엠블럼을 선호했던 고객의 마음, 즉 브랜드의 힘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을 읽었던 것이다. 결국 쉐보레 브랜드 효과는 시장 점유율에서도 나타나게 되었고, 이는 브랜드 파워의 중요성에 대해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이른바 ‘태풍의 눈'이라고 불리는 엠블럼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타원형으로 형상화된 우주 속에서 고객과 자동차의 만남을 상징하고 있으며, 엠블럼의 상하좌우 대칭 구조는 안전성과 신뢰성을 나타낸 것이다. 르노삼성은 2017년 상반기 엠블럼 전략에서 차종별로 기존 ‘태풍의 눈' 엠블럼과 르노의 ‘마름모' 엠블럼을 병행 사용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수입 판매 차량과 국내 생산 차량의 엠블럼을 다르게 장착해 판매하는 전략인 것이다. 르노삼성은 2000년 프랑스 르노그룹에 인수된 이후에도 태풍의 눈 엠블럼을 고집해 왔다. 기존 삼성자동차의 고객 이탈을 막고, 글로벌 기업인 삼성 브랜드의 후광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삼성의 후광이 없어도 차를 팔 수 있다는 의견이 힘을 얻으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수입차 열풍이 불면서 해외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편견이 사라지고 있어 국내에서도 르노 엠블럼이 통할 것이란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쌍용자동차는 SUV 전문 자동차 회사로서 그간의 어려움을 딛고 새로운 이미지와 더불어 더 높이 도약하겠다는 각고의 노력이 2014년의 CI 개편작업으로 반영되었다. 이를 통해 커다란 원 안에 작은 원 두개가 들어간 ‘쓰리써클' 엠블럼이 완성되었다. 쓰리써클의 바탕이 되는 바깥쪽 큰 원은 무한한 우주 공간을 상징하고, 안쪽에 자리 잡은 두 개의 타원은 두 마리의 용을 상징하는 동시에 쌍용자동차의 영문명 첫 글자인 ‘SS’를 형상화한 것이다. 특히 세 개의 원은 각각 열린 경영, 선진 경영, 정도 경영을 의미한다. 최근 소형 SUV 시장을 창출하며 쌍용을 다시 일으켜 세운 ‘티볼리’의 경우 단순히 모델명이 아닌 서브 브랜드로의 제품군으로 구분하려는 전략과 함께 코란도 제품군을 완성했던 것처럼 다양한 엠블럼으로 시장을 확대할 전망이다.



이처럼 앞서 국내 자동차 5사들의 엠블럼을 통한 전략 방향이나 진행해온 결과들에서 비단 자동차뿐 아니라 기업의 전 분야 혹은 전 상품에도 브랜드나 상표, 혹은 상징적 표현물 등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곧 엠블럼이 단순한 상징적 의미로 그치지 않고 브랜드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결코 예사롭게 넘길 부분이 아니다.

결국 자동차 엠블럼이 제임스 와트가 개발한 증기기관에서 말(馬)의 힘을 얹은 의미를 부여한 상징물로 시작되었지만, 오늘날에 이르러 모든 자동차 브랜드의 이미지를 좌우하고 소비자가 기억하는 누적의 상징적 존재로서 첫번째로 시선을 사로잡는 첫인상과 같은 감성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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